주방 창문으로 보여지는 눈쌓인 빈집을
매년 한 번쯤은 본다
그럴 때면 옛날 서울에서 병원 생활하던 기억들이
아스라히 기억 저편에서 살아나곤 한다
겨울이면 병상에서 깨어보면 병원정원이 온통 설국이었는데
들뜬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는 굳이 나가
눈을 함북 맞고 지쳐서 들어 오곤했다
그러고 나면 그날 밤은 신열 앓았고
병에 병을 더하는 고통이 되었다
아마도 내 나이 고작 스물이었을까
아직은 큰다고 아팠으리라
아프지 않는 꽃이 있을까
흔들리 않는 꽃이 있을까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애잔하게
그렇게 청춘은 푸른 물결 같이 남실대어 갔다
그 물결이 채 물들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 버렸고
계절은 쉼없이 오가는데
나는 오늘도 무연히 주방창문 앞에 서 있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는 너무 아깝다"는 말이
뇌리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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